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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게재 일자 : 2012년 12월 28일(金)
아베內閣과 韓日관계 복원의 대전제

이상훈/한국외국어대 일본학부 교수·일본정치학

국가의 품격은 역사에 대한 치열하고 예리한 자기 비판에 기초한 도덕성과 국제적 안목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한 도덕성과 국제적 안목을 가진 국가와 리더만이 국제사회에서 신뢰받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일본정치를 바라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편향된 역사 인식을 가진 정치인들이 인기를 얻어 여론을 주도하고, 편협한 내셔널리즘에 입각한 담론이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국민은 일본 자민당의 정권 복귀와 아베 신조 정권의 탄생을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선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중의원 선거 공약으로 자민당은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고, 일본군대위안부의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마저 부정했기 때문이다. 또 역사 교과서 검정제도의 수정, 헌법 제9조의 개정을 내걸었을 뿐 아니라, 아베 총재는 취임 직후인 10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또한, 정치적 무명에 가까웠던 신도 요시타카, 이나다 도모미 의원이 지난해 8월 독도의 일본 영유권을 주장하며 방문을 시도, 유명 인사가 돼 각료에 임명됐을 뿐 아니라, 역사 인식에 문제가 있는 시모무라 하쿠분 의원이 문부과학상에 기용된 것은 한국민으로선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아베 내각(內閣) 출범 이후 우려했던 공약의 실천이 연기되고 있다. ‘다케시마(竹島)의 날’ 행사를 정부가 주최하겠다는 입장을 유보했고, ‘고노 담화’의 수정도 신중하게 재검토하겠다고 한다. 한국이 반발하는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도 미룰 것이라고 한다. 또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7일 일본의 과거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1995년의 ‘무라야마 담화’를 2006년 제1차 아베 내각 때와 마찬가지로 계승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나타냈다. 한국 정부는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한·일 관계를 역사적으로 돌이켜보면 경제적·문화적으로 중층적·복합적 관계가 깊어지더라도, 양국에 새 정부가 수립돼 우호적인 관계가 조성되더라도, 역사 인식과 관련된 문제가 외교 현안으로 부상하면 양국 관계는 쉽게 냉각됐고, 그 후유증은 오래 갔다. 갈등의 역사는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갈등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아베 총리는 ‘무라야마 담화’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전후 50주년 기념일이던 1995년 8월 15일 당시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는 이 담화에서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줬다. 의심할 여지없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밝혔다. 이는 외교적으로 일본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가장 적극적으로 사죄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일본의 모든 정권은 이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실질적인 계승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베 총리가 진정으로 한·일 관계의 복원과 발전을 원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신뢰받는 일본을 만들기를 원한다면 ‘무라야마 담화’를 온전히 계승함과 동시에 부족한 부분까지 메워 나가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일본의 보수 정치인이 ‘무라야마 담화’나 ‘고노 담화’를 부정하고 과거사에 대한 망언(妄言)을 반복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망언이 도덕적으로나 장기적인 일본의 국익이라는 관점에서나 반드시 긍정적이진 않지만, 개헌(改憲)이나 재군비를 위해선 극히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웃 나라가 반발해 강경 대응하면 국내 여론은 더 과격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일본이라는 국가의 품격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발전적 한·일 관계,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를 손상하는 핵심적 이유임을 아베 총리와 각료들은 명심해야 한다.

<원본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12280103393719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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