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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일본지역학부

언론활동

지구촌을 읽다 - ④

냉각된 한일관계 그 해결책은 있는가?

한국인의 입장에서 현재의 한일관계는 이해하기 어렵고 그 미래는 어둡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간 외교관계가 거의 단절된 것으로 보이고 그 해결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해방 이후의 한일관게는 안정과 갈등을 반복하는 곡절 많은 역사였다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양국에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시점에서는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물론 그러한 우호적 분위기가 역사인식의 문제나 전쟁책임의 문제, 독도 문제 등과 같은 갈등요소가 부상하면 지속되지 못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을 정상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양국에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정상회담의 개최는 곤란한 상황에 빠져있고 갈등관계만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일관계는 위기적 상황에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위기의 원인에는 다양한 요소가 상호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의 일본 정부에 대한 우리의 신뢰 부족도 하나의 요인이라는 생각이다. 2012년 12월 자민당이 정권에 복귀하고 아베 정권이 탄생했을 때 한국 국민은 우려의 시선으로 일본의 정치적 변화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중의원 선거공약으로 자민당은 독도 영유권 주장 강화, 일본군위안부의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의 부정, 역사교과서 검정제도의 수정, 헌법 제9조의 개정을 내걸었을 뿐만 아니라 총리 취임전인 2012년 10월 자민당총재 신분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기 때문이다.


물론 '다케시마의 날' 행사 정부 주최와 위안부 모집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 수정도 유보하는 등 공약이 그대로 실행되지는 않았다. 아베 총리가 취임 후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지도 않았다. 일본의 과거 식민지지배와 침략을 시작한 1905년의 '무라야마 담화'도 역대 정권과 같이 계승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표명했다. 한국 등 아시아 제국(諸國)을 의식한 행동이라도 생각된다.


그래도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한 한국정부, 그리고 한국 국민은 의심의 시선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에 대한 우려와 우경화노선을 지향하는 일본정치권에 대한 신뢰부족이 있다. 신뢰할 수 없는 일본은 한국에게 위협과 견제, 배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인식의 저변에는 전전(戰前)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살아숨쉬고 있다. 전후 7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일본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국가이며 경제대국으로서의 전후 일본은 표면적인 모습일 뿐이고 그 이면의 본래 모습은 제국주의 일본, 가혹한 식민통치를 자행한 군국주의 일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인식은 미국에 의해 실시된 전후개혁이 유사민주주의와 유사평화주의를 낳았을 뿐이며 일본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이 한국인에게는 전전 일본으로의 회귀를 연상케 한다. 일본의 내셔널리즘 부활은 필연적으로 헌법개정, 즉 헌법 제9조의 개정이나 해석개헌을 가져올 것이고 이는 독자적 군사대국화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또한 일본 정부나 총리가 전전 일본과 전후 일본은 상이하다고 주장하고 과거 일본의 식민지지배와 침략전쟁에 대한 사과를 언급해도 믿을 수 없다. 왜냐하면 한국인의 뇌리에는 일본 총리가 사죄발언을 한 후 다른 정치가가 그 발언을 반박하거나 왜곡된 역사인식에 근거한 망언을 하는 등 사죄와 망언이 수없이 반복돼 온 역사가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인식, 전쟁책임, 야스쿠니신사참배, 역사교과서 왜곡, 일본군위안부 배상, 독도 영유권 등의 문제로 인해 가시밭길을 걸어 온 정부 차원의 한일관계와는 다르게 민간 차원에서의 한일관계는 중층적 - 복합적으로 발전해온 것도 사실이다. 한국인은 서양이나 중국에 비해 일본인의 생활과 문화에 상대적 친숙함을 느낀다. 일본의 우익정치가나 편협한 내셔널리즘에 입각해 '혐한'을 외치는 일본인은 싫지만 한국인에게 일본은 잘 아는 국가이고 관심 있는 나라다. 전후 경이적인 경제성장으로 경제대국이 됐고 '잃어버린 20년'이라는 말이 상징하는 장기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제3위의 경제력을 유지하고 잇는 일본의 경험은 한국에게 필요한 부분이다.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은 국가기도 한 것이다. 양국을 왕래하는 관광객의 수도 부침은 있지만 증가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일본 관광객이 줄어든 것은 양국 관계의 악화보다 엔고원저 현상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한일관계의 악화와 방사능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방일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따라서 위기라고 평가되는 정부간 한일관계로 인해 민간차원에서의 한일교류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민간교류는 확대경향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를 지속시키기 위해서 한일 정부간 정치외교관계의 정상화는 필수적이다. 정치외교관계가 불안정하면 모든 분야의 교류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은 실현돼야 한다. 아무리 미워도 한국 입장에서는 일본을 버리고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에 대한 전문가 의견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문제는 그것이 양국 정부의 힘만으로는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한국의 반일감정과 일본의 혐한감정이 서로를 자극하고 있고 냉각된 정부간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기회를 포착하기도 어렵다. 단절된 한일관계는 미국의 아시아중시정책, 대중국정책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조 바이든 부통령이 일본과 한국을 방문했으며, 미국의 압력이든 조정이든 조만간 어떠한 형태로든 한일 정상회담은 실현되리라 생각한다. 한일간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정상회담을 통해 그 중 일부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상회담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역사인식과 관련된 갈등요소는 지금까지도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반복해서 부상할 문제이다.


자! 한국정부와 한국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일본이 변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면 해결책은 있는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질문을 한다. "교수님! 한일관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요?" 답변이 궁해진다. 고민 끝에 몇 가지를 제시한다. 변하지 않는 일본까지도 포용하고 우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정치·외교적 문제와 경제·문화적 관계를 분리해 양국 관계의 새로운 틀을 설계한다. 지금은 무리라고 해도 미래 어느 시점에서의 일본의 변화를 기대하며 그 역할을 담당할 일본 내 양심세력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 나간다. 이 모든 답변은 인내와 숙고와 이해를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가능한가? 냉각된 한일관계가 일본을 버리고 가자고 말할 수 없는 나에게 심각한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고민이 많은 요즘이다.


<원본 - 외대학보 2013년 12월 19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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