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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언어문화학부

교수칼럼

국어국문학과 일본어일본문학

 

김종덕(한국외대 일본학부 교수)

 

 

아직도 우리 사회의 사법제도나 건축용어 등에 일제 식민지시대 잔재가 많이 남아있다. 일상의 어휘에도 사회, 개인, 그, 그녀, 자유, 연애, 자연 등과 같이 이미 우리 문화에 녹아 도저히 어떻게 발라낼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이러한 용어 가운데 대학의 학과 명칭인 ‘국어국문학과’에 대해 재고해 보고자 한다. 한국외대의 학부에는 일찍이 사범대학에 ‘한국어교육과’를 개설했지만, 대학원에는 ‘국어국문학과’가 설치되어 있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대학에도 일제시대의 학과명인 ‘국어국문학과’가 그대로 남아있고, 그 실체만 ‘일어일문학’에서 ‘한국어한국문학’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국내의 대학과 연구자들은 ‘국어국문학’을 권위 있는 용어로 생각하는지 신주 모시듯 하고 있다.

 

‘국어(國語)’는 중국의 사서명이기도 했지만, 일본은 메이지 시대에 ‘일본의 언어’라는 뜻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군국주의 일본은 자국민의 내셔널리즘을 고취시키기 위해 심상소학교(1886)와 국민학교(1941)의 교재명을 국어로 정하고, 대학의 학문분야로 국문학과를 설립했다. ‘국민학교’라는 명칭도 일본에서는 1947년에 ‘소학교’로 바꾸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까지 그대로 사용했다. 전후에 일본은 ‘국어교육’을 자국민을 대상으로 언어의 4가지 기능을 숙달시키는 교육을 의미했고, ‘일본어교육’은 일본어를 모어로 하지 않는 학습자나 모어로서의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을 대상으로 일본어의 운용능력을 숙달시키는 교육을 지칭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이 ‘국어국문학’이라는 용어를 ‘일본어일본문학’으로 바꾸고 글로벌화 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1995년 도쿄대학(東京大學)이 ‘국어국문학’ 전공과정을 ‘일본어일본문학’으로 바꾸자 많은 대학들이 동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02년 현재 학과명을 ‘일본어일본문학’으로 바꾼 대학이 72%를 넘었고, 연구기관이나 학회의 명칭도 차례로 바뀌고 있다. 1944년 설립된 일본의 ‘국어학회’도 창립 60주년이 되는 2004년 ‘일본어학회’로 바뀌었고 학술지명도 「일본어 연구」로 개칭되었다. ‘일본어학회’의 회장 마에다 도미요시(前田富祺)는 학회 홈페이지의 인사말에서, 명칭이 바뀌기까지 많은 논란과 의견수렴을 했고 회원의 투표로 결정했다는 것을 밝히고, 위화감을 주는 ‘국어학회’를 ‘일본어학회’로 바꾼 것은 자연스런 흐름이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문학’과 ‘일본문학’의 경우는 연구대상이 거의 동일하여 거의 같은 뜻으로 사용되어 왔다. 일본의 전국학회인 ‘일본문학협회’의 기관지는 처음부터 「일본문학」이었고,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의 기관지도 「일본연구」이다. 그러나 아직도 일본문학 연구자들에게 ‘국문학’이라는 인식은 뿌리 깊이 남아있어, 문부과학성 산하의 기관명도 ‘국문학연구자료관’이고, 도쿄대학의 학술지명은 여전히 「국어와 국문학」으로 남아있다. 최근 일본이 ‘국기 및 국가에 관한 법률’의 시행을 결정하여 군국주의 망령이 부활할거라는 우려가 증폭되기도 했으나, 한편에서는 ‘국어국문학’이라는 내셔널리즘이 담긴 용어를 버리고 ‘일본어일본문학’으로 변신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외인식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일본은 항상 가장 싫어하는 나라이면서 동시에 배워야할 나라 1위로 나타나지만, 우리 대학의 ‘국어국문학과’도 이제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외대학보, 2012년 5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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