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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언어문화학부

교수칼럼

2015년 신년사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에 즈음하여


일본어대학

교수 최재철 

 

 

한일 관계에 대하여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이후 50년간, 양국은 상호 경제협력을 비롯하여 문화교류가 활성화되는 등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으며, 상호 인적교류와 이해, 우호 친선 면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일 관계의 현재 상황은 정치외교의 현안과 역사 인식의 문제로 상호 반목과 부자연스러움에 갇혀 교착 상태에 빠져있는 형편입니다. 이를 타개할 길은 과연 없는 것일까요? 길이 없는 것과 길이 잘 안 보이는 것은 다르다고 봅니다. 이웃과는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도 서로 소통하며 돕는 것이 최선이라는 전제가 성립한다면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 도리이겠지요.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긴 호흡으로 상호 교류의 역사를 돌아보고 여유를 갖기를 제언하고자 합니다. 돌이켜보면, 한국과 일본은 오랜 세월동안 상호 교류를 통해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습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일본의 가장 오랜 문헌으로 알려진 고사기(古事記)(8세기)의 소위 천손강림신화속 길지(吉地)의 첫 번째 조건이, ‘한국(韓国)을 향해 있다고 중요성을 인식한 기술을 비롯하여, 백제 왕인(王仁) 박사의 천자문(千字文)일본 전수, 1000년경의 일본고전산문의 대표작 겐지이야기(源氏物語)첫 장의 고려인(高麗人)’ 박사의 예언자적 역할, 조선시대의 활자 인쇄술과 도자기 제조 등 신기술 이전, 유학(儒學)의 전수, 조선통신사(朝鮮通信師)의 문물교류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긴 우호 친선의 한일관계사에서 임진왜란일제 강점이라는 오점을 남겼습니다. 근대 이후 일본은 서구의 신문물을 재빨리 수용하여 서양을 배우는 통로가 되었고 우리는 일본을 통해 서양학문의 많은 부분을 받아들여 발전의 발판으로 삼았습니다.

 

이제 한일 수교 이후 50년이 흘러, 일본은 전후 복구를 완료하고 이미 선진국 소위 ‘G7’의 대열에 합류하였으며, 한국도 한국전쟁과 분단 상황이라는 역경 속에서도 유례없는 발전을 이뤄 경제와 스포츠 분야 등에서 세계 10위권으로 부상하면서 일단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하였습니다.

그리고, 한류 드라마, K-Pop, 영화, 게임 등 대중문화와 통신기기 등 전자제품의 각국 전파는 우리나라의 역동성과 민족문화의 저력, 높은 교육열과 경쟁의식, 끈기가 뒷받침된 결과라고 봅니다. 한편으로 일본 현대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작품에 대해 한국 독자들은 지속적으로 관심을 표하고 있습니다. 일본문학의 세세한 표현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 일본인의 정서를 이해하고자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일본의 온천과 음식 문화를 즐기며 일본인의 친절과 청결함, 요리의 맛을 알게 된 한국인은 늘어만 가고 있으며, 한국의 김치 등 음식문화와 온돌, 인정 등에 반하는 일본인도 적지 않습니다.

 

또한, 한일 간의 무역 역조 상황에서도 상호 경제협력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중국의 부상과 더불어 일본은 경제면에서 소위 잃어버린 20의 경기 침체로 곤경을 겪으면서 보수 성향의 정권에 기대어 전후적 상황을 탈피하고 강한 일본으로 복귀하려는 여러 조짐을 보이며, 일은 서로를 보다 더 의식하게 되었고 동아시아 역내에서 미국은 여전히 영향력을 견지하려는 태세입니다. 통일 한반도를 지향하는 한국으로서는 난관이 예상되지만, 주변 4개국의 협력을 끌어내면서 북한을 설득하여 기반을 조성하는 일에 전심전력해야 합니다.

일본의 일부 우파 정치인의 한일 우호관계를 해치는 악의적 발언과 우익 과격 집단의 도를 넘는 혐한 시위와 혐오 발언은 미래지향적인 관계 개선과 발전에 걸림돌이 될 뿐이라는 점을 양식 있는 일본 지식인과 일반인은 이미 간파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하루키는, ‘기억은 바꿀 수 있어도, 역사에 뚜껑을 해 덮을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집단적 기억 속에 각인된 역사적 사실을 일시적으로 비틀 수는 있을지 몰라도 영원히 없었던 일로 만들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도 지나친 반일감정을 자제하여 성숙된 시민의식으로 대응해야할 것입니다.

 

 

혐한과 반일을 뛰어넘어

한일 수교 50주년인 올해, 양국의 지도자와 관련 부처에서는 외교력을 발휘하여 수교 100년을 예비할 때입니다. 상호 우호 친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대원칙을 천명하고 우선 가능한 방면의 합의를 도출하기를 기대합니다. 일본은 과거를 직시하고 제3의 시선까지도 고려하여 일본인의 미덕인 배려심(/오모이야리)를 갖고 담백함(あっさり/앗사리)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이중적인 면을 보이거나 일단 사과를 한 다음에 번복하는 우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네 한국 사람은 원래 서로 코피 터지게 싸우다가도 때린 쪽이, ‘, 미안하게 됐다!’며 손을 잡아주면, 금방 사과를 받아들이고 언제 그랬냐 싶게 다시 사이좋게 어울리는 뒤끝이 없는 백성들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경제면에서의 한일간 실무 협력과 민간의 실제 교류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고, 때때로 민간의 상호 교류는 일시적 증감이 있을지언정 여전하거나 장기적으로 보면 증대될 것입니다.

우리 일본어대학이 주관한 2013년도 시민인문대학 인문학을 통한 일본 이해강좌(112강의)에 이어, 2014년도 인문학을 통한 동아시아 소통강좌(214강의)를 주도적으로 개설한 것은 한일 관계와 동아시아의 소통을 위해서는, 문학 철학 역사 문화 예술 등 인문학적인 접근을 통한 근원적 상호 이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의 확산을 실행하고자 하였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철도를 이용하여 일본과 한국, 중국, 러시아를 자유롭게 넘나들 미래가 그리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동아시아의 한국과 일본, 나아가 세계 속의 한일 관계라는 인식하에 서로 소통하며 도와서 함께 번영하는 좋은 이웃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합니다.


  

일본어대학의 현재와 방향

대내외적인 여건의 성숙과 교내의 위상에 따라 일본어과가 일본어대학으로 승격된지 벌써 6년째가 됩니다. 우리 대학은 한일 국교 수립 이전인 1961년에 이 분야에서 한국 최초로 창설된 이래 54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국내 유일의 단과 대학입니다. 일본어대학의 교육목표는,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일본의 언어문화와 사회 현상을 이해하고 능동적인 해결능력을 함양하여 창조적이며 봉사정신을 실천하는 선도적인 일본관련 전문가 양성에 있습니다.

일본어대학이 배출한 졸업생 4,500 여명은 무역 통상과 금융, 사업, 학계, 문화, 언론, 행정 등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전통이 오래되고 규모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실적이 축적되었고 일본관련 분야에서 해야 할 일과 책임이 증대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여전히 책임져야할 분야는 일본어교육에서부터 일어일문학과 일본학의 연구와 교육, 그리고 번역, 외교 통상, 문화 교류 등 한일관계 전반에 관한 것입니다.

일본에 대한 관심이 전과 다른 요즈음,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학생과 교수, 동문이 힘을 합쳐 우리에게 맡겨진 책무를 다하기 위해 다시 도전해야 할 때입니다. 통번역대학 일본어통번역학과와 대학원 일어일문학과, 국제지역대학원 일본학과, 통번역대학원 한일과, 교육대학원 일본어교육전공, 일본연구소, 외국어연수평가원 일본어파트 등 학내의 여러 관련 기구는 물론, 국내외의 기업 및 해외의 교류협력대학과 연대하고 일본의 관계 기관과 연계 협력하여 일본어대학의 발전을 추구해야 할 것입니다.

일본어대학은 브랜드 가치와 경쟁력을 높이고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2개 학부 일본언어문화학부융합일본지역학부체제로 개편한지 1년이 되었습니다. 이로써 체제를 정비하고 변화하는 시대의 필요와 학생들의 희망에 부응하여 발전과 도약의 발판으로 삼고자 합니다. 스스로 한발 앞서서 변화하여 사회의 필요를 견인하고 창출하는 자세를 보일 때 보다 나은 장래를 기약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합니다.

 

 

일본어대학 학생 여러분에게

최근에 한일외교관계가 냉랭하고 일본 관련 분위기도 가라앉아, 일본어학습자가 감소하고 한일 무역 관광 교류의 감소, 관련 사업의 위축 등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평소에 꾸준히 준비하다보면 조만간 분위기는 회복될 것이며, 기본적이고 통상적인 제반 관계는 유지되어야 하므로 일자리는 찾아보면 어딘가 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미리 실력을 쌓아두어야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여, 1, 2학년은 언어능력을 마스터하고 3, 4학년은 전공을 집중 심화시켜 언어문화의 표현력을 배양하고 사회에 나가 유용하게 활용하여 스스로 만족하는 인생의 독립적 주체가 되도록 합시다!

우리 일본어대학은 일본어와 일본문학, 일본문화, 일본사회, 정치 경제, 한일관계의 교육 및 연구, 번역 소개는 물론이고, 관련 직업과 상호 교류 및 소통과 이해에 관계된 모든 분야의 일을 책임져야 하므로, 일본어대학 학생들은 이러한 분야에 대한 열렬한 사명감으로 책무를 감당할 능력과 자신감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우리 일본어대학의 재도약을 위해 학생들의 열정과 교수님들의 지혜, 동문들의 성원을 기대하면서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이제 곧 봄을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감사합니다. (

 


2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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