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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언어문화학부

교수칼럼

[최충희] ‘화과자(和菓子)’ 유감

2009.09.16 23:55

[레벨:8]운영진ん 조회 수:8894 추천:1

‘화과자(和菓子)’ 유감

  최충희(한국외대 일본학부 교수)

 

  최근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에 가면 정말로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게 만든 화려한 과자가 눈에 뜨인다. 전시 안내판이나 내부 포장지를 보면 이름하여 “화과자(和菓子)’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고객의 입장에서 볼 때 ‘화과자(和菓子)’라는 말의 유래를 알고나 먹어야 되지 않을까 싶다.



  ‘화과자(和菓子)’란 원래 일본 사람들이 자기 나라를 대표하는 전통 과자를 지칭하는 말에서 왔다. 그러나 ‘화과자(和菓子)’는 단순히 일본식 생과자를 지칭하는 명칭으로 그치는 게 아니고 그 말 속에는 일본인 나름대로의 국수주의(國粹主義)적 발상이 들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일본어에서 ‘화(和)’라는 한자는 단순히 ‘평화(平和)’ ‘화목(和睦)’ ‘온화(溫和)‘ 등에 사용되는 부드러운 느낌의 뜻으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일본 사람들이 ‘화(和)’라는 글자를 사용할 때에는 일본 최초의 통일 국가였던 ‘야마토(大和)’를 줄인 말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 ‘야마토(大和)’는 단순히 정치적 통일 국가로서의 단위만을 지칭하지 않고, 다른 나라에는 없는 일본만의 것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예를 들면 일본을 대표하는 시가 문학 중의 하나인 와카(和歌)는 야마토(大和)의 노래(歌)의 준말로 중국, 즉 외국과는 다른 일본인 특유의 자연감 내지는 미의식을 담은 문학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외국어사전을 지칭할 때, 예를 들면 영어를 일본어로 옮긴 사전은 영일(英日)사전이라 하지 않고, 영화(英和)사전이라 부르며 반대의 경우도 일영사전이라 하지 않고 와영(和英)사전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중국에서 건너온 한자어(漢字語)와 순수한 일본어를 구별하여 순수한 일본어는 와고(和語)라고 부르며, 일본 전통 의상을 다른 나라 민족의상과 구별할 때에는 기모노라고 하지 않고 와후쿠(和服)라고 구별하여 사용한다. 그리고 문제의 ‘화과자(和菓子)’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순수한 일본적인 과자라는 뜻으로 이 말 속에는 일본인들 끼리만이 향유할 수 있는 칭송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결론적으로 일본 사람들은 자신들끼리 자기 나라를 얘기할 때, 객관적으로 남들이 불러주는 자국의 국명인 ‘일본(日本)’이라는 말보다 야마토(大和), 또는 줄여서 화(和)라고 부르는 것을 선호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일본을 객관적으로 편견 없이 부르는 ‘일본’이라는 국명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본인이 아닌 우리나라 사람들이 굳이 일본인들만이 부를 때 사용하는 ‘화(和)’라는 표현을 사용해야 되겠는가 반문해 보고 싶다.


  “화과자(和菓子)’라는 과자를 굳이 소개하려면 ‘일본식 생과자’나 ‘일본식 전통 과자”라고 부르는 게 좋지 않을까하고 제안하고 싶다.


  얘기가 나온 김에 하나 더 지적하고 싶은 게 있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프로그램 중에 과거 씨름 선수 출신이 진행하는 ‘x x x 도사’라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놀라운 장면을 발견했다. 진행자는 우리나라 전통 의상을 입고 진행을 맡고 있는데 그들이 초대 손님과 마주 앉아 있는 책상 아래는 일본식 호리코타쓰(掘りこたつ)로 되어 있는 것을 보고 아연 질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공중파에서 그것도 상당한 시청률을 자랑하는 대중적인 프로그램에서 일본전통 가옥에서나 사용하는 일본식 구조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한류 붐을 타고 만약 외국인이, 아니 일본인들이 이 프로그램을 본다면 한국의 가옥 구조가 온돌이 아니고 호리코타쓰(掘りこたつ) 방식이라고 착각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국제화 시대를 맞이하여 수많은 외국 문물이 들어오는 현실에서 다른 문화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용어와 문화를 과연 어디까지 어떤 식으로 적용할지에 대해 바야흐로 고민해 볼 시점에 온 것 같다. 앞으로 더욱 신중하면서도 납득할 수 있는 적용이 있길 바라마지 않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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