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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언어문화학부

교수칼럼

「蟹工船 (게잡이공선)」, 아키바(秋葉原)사건, 그리고 한국의 88만원 세대



고바야시 타키지 (小林多喜二) 의「蟹工船 (게잡이공선)」


1920년대에서 30년대에 걸쳐 일본에서 개인주의적인 문학을 부정하고,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사상과 결부된 문학이었던 프롤레타리아문학이 대두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고바야시 타키지(小林多喜二) (1903-1933) 의「蟹工船 (게잡이공선)」은 일본프롤레타리아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다.「게잡이공선」은 1929년 5월부터 6월에 걸쳐, 잡지『戦旗』에 발표되었는데, 6월호는 ‘불경죄’의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발매금지 당했다.


「게잡이공선」은 특정의 주인공이 있지 않고, 게잡이 공선에서 착취와 학대를 당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집단으로 그려져 있는 점이 특징이다. 작가는 본 작품을 통해 일본의 자본주의가 ‘제국주의적 ․ 침략주의적’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 이 작품에서는 힘없는 노동자들이 자본가의 가혹한 학대와 착취를 받기만 하다가, 자신의 적이 누구인지를 비로소 알고 그것에 대항하는 장면을 그려내고 있다. 특히 노동자들이 한 번 실패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시 한 번 일어서는 모습을 그렸다는 점에서 제국주의적인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노동자들의 정신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80년이나 지난 이 소설이 작년 일본에서 유행어 대상을 받을 정도로 사회적 현상을 불러일으키며 160만부의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이는 열악한 노동 환경하에서 인간다움을 되찾기 위한 노동자들의 절규라는 원작에 담겨진 메시지가, 심각한 격차사회가 되어버린 현 일본의 상황과 오버랩 되었기 때문이다.



아키바(秋葉原)사건과 한국의 88만원 세대


아키바사건은 2008년 6월 8일 동경 아키하바라 교차점에서 일어난 무차별 살인사건이다.

용의자 카토 토모히로는 일요일 오후 12시 30분 아키하바라의 붐빈 길 한거리에 트럭을 운전해 사거리 횡단보도를 건너던 3명을 치어 죽이고 차에서 내려, 다시 사거리로 돌아와 서바이벌 나이프를 마구 휘둘러 4명을 죽이고 10명을 부상시킨 후, 골목으로 도주하다 경찰관에게 제압되어 체포되었다. 이 모든 일이 약 5분 안에 발생하였다. 체포 직후에 그는 ‘사람을 죽이고 싶었다. 누구라도 상관없었다’고 말했다.

아키바 사건은 현대일본사회의 모순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그는 도요타 계열 자동차 공장에 파견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아오모리 출신의 25세로, 일본사회의 잘못된 교육과 경쟁사회의 희생자였다. 우선 그는 어머니의 과잉교육열로 가정에서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완벽주의자로서 그가 그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그를 포기하였다. 그의 가족들은 식사때에 대화도 하지 않았다. 그는 중학교 때에 자신의 울분을 벽에다 칼로 낙서를 하면서 참았다고 한다.

학교교육도 오로지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교육이었다. 그의 학교 담임교사는 ‘테니스는 이기기 위해 한다. 합창도 이기기 위해 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런 학교환경에서 경쟁에서 밀려난 그가 마음을 둘 곳은 없었다. 그런데 그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여도 이러한 경쟁세계는 마찬가지였다.


우리는「게잡이공선」을 통해 당시의 제국주의적인 일본자본주의에 의한 노동자들에의 학대와 착취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일본의 80여 년 전의 상황은 2009년 현재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본사회는 고이즈미의 신자유주의에 의한 규제완화와 구조개혁이 진행되면서 파견사원이라는 비정규직이 급격히 늘어나게 되었다. 그 정책의 후유증은 비정규직 34%, 일을해도 먹고 살아갈 수 없다는 워킹 푸어(Working poor)가 1000만명, 매년 2200억엔의 사회보장비 축소로 나타났다. 넷카페 난민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고, 일본의 격차사회는 큰 사회적문제로 대두되었다.

1929년「蟹工船」에 나오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문어방(たこ部屋)은 2009년 이름만 워킹푸어, 넷카페 난민으로 바뀌었을 뿐으로 노동자의 현실은 그 시대와 전혀 다르지 않다. 그때나 지금이나 자본가는 철저하게 자신의 이윤만을 추구할 뿐이다. 그러면 현실적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연대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대를 함으로써 우리는 초등학교부터 모두가 경쟁상대라고 생각해 오던 사람과 비로소 경쟁이 아닌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정규직보다 오히려 비정규직의 임금이 높다. 이것은 그들이 오랜 시간에 걸친 연대를 통하여 달성한 것이다.


또 하나는 투표이다.


일본의 격차사회에 대한 절망은 얼마 전에 치러진 일본중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의 압승으로 연결된다. 이번 선거는 70%이상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고 무엇보다 투표장에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선거에서 민주당은 직업훈련자 월 10만엔 지급, 최저보장연금 월 7만엔 지급, 공립고교 수업료 무상화 등 서민 대중을 위한 직접적인 지원을 확대한 공약을 들고 나왔다. 즉 민주당은 프리터, 워킹푸어, 파견사원에 지원을 강화해 분배의 몫을 늘려, 이들의 확장된 구매력으로 경기를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일본은 54년만의 정권교체를 통하여 그 실험대에 올랐다.



이러한 일본사회의 문제는 한국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한국사회의 양극화문제는 일본의 격차사회와 똑같은 모습이다. 한국의 20대는 88만원 세대라고 한다. 그 대부분은 비정규직이다. 한국의 경쟁논리는 어쩌면 일본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일본보다 사회안전망 장치가 소홀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에 대한 국가적인 사회안전망 설치가 시급하다. 경제가 힘들수록 더욱더 사회적 안정을 추구해야하는 법이다. 그리고 그 안정은 사회에서 가장 약한 자들을 보호함으로써 가능해지는 것이다. 일본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과 같이, 한국사회도 연대를 통하여 그리고 투표를 통하여 양극화문제의 극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 일본에서 사회적 현상이 된「蟹工船」은 그 인기를 바탕으로 새롭게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이 작품은 1953년 당시 배우였던 야마무라 소우 감독에 의해 에이젠슈타인의 <전함 포템킨>의 영향을 받아서 영화로 제작된 적이 있는데, 이번 역시 배우 출신의 감독 사부에 의해 다시 한번 영화화 되었다. 영화는 올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초청작으로 상영될 예정이다.



* * 이 글은 황봉모 선생님께서 “동양명작의 이해” 수업 시간에 언급하신 내용을 학생이 정리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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