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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일본지역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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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진보와 보수 논쟁이 활발하다. 법인세를 올리자고 하면서 자신은 개혁적 보수라 주장하고, 10년 동안 외국에 있다 귀국하면서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강변하는 정치인도 있다. 

무엇이 보수이고 진보인가? 경제정책 측면으로 좁혀 보면 시장과 정부의 역할에 대한 논쟁과 같다. 극단적으로 정부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 중앙계획 경제 체제고, 극단적으로 시장 역할을 강조한 것은 자유방임 경제 체제다. 

극단적인 두 체제는 결국 실패했다. 1978년 중국의 경제 체제 전환을 시작으로 해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중앙계획 체제는 무참히 붕괴됐다. 소련과 중국이 미국과 영국을 짧은 시간에 앞지르려고 실시했던 강력한 중앙계획 체제의 정책 성과는 비참했다. 자유방임주의도 절대빈곤 증가, 소득분배 악화 그리고 시장 기능이 마비됐던 대공황이 발생하면서 붕괴까지는 아니었지만 한계는 드러냈다. 특히 신자유주의 사상을 기반으로 한 워싱턴 컨센서스 정책도 1980년대 남미·체제 전환국에 대한 미흡한 성과와 2008년 금융위기에 직면하면서 정책 성과에 대한 강한 의문이 대두됐다. 

이런 경험은 시장과 정부 자체로는 완벽하지 않다는 교훈을 줬다. 이것이 칼레츠키(A. Kaletsky)의 자본주의 4.0 등장 배경이다. 시장과 정부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는 우리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경제 문제를 더 이상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은 보수주의의 시장경제 체제는 인간의 존엄성을 신봉하는 자유주의 사상에 기반하고 유인(incentive)을 존중한다는 점이다. 즉, 정부가 시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주도하는 것보다는 간접적인 유인체계를 통한 정책이 더욱 우월하다는 의미다. 

보수주의의 위기는 시장경제 체제의 위기가 아니라 보수주의자들의 오만함에 숨어 있는 열등감의 다른 말이다. 우월한 자신이 진보도 아우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오만이다. 진보주의는 보수주의자가 끌어안을 수 있는 나약한 세력이 아니라 과거 10년 동안 집권 경험을 가진 파트너면서 경쟁자인 기득권 세력이다. 그리고 보수주의자들은 역설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하면 스스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진보적 정책을 어설프게 모방하려 한다. 상대방에게 문제 해결을 부탁하는 모양새를 보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진보와 무조건 연정하겠다는 정치인도 있다.

진정한 보수주의자라면 시장 즉, 보수라는 위치에서 능동적이고 자발적으로 진보적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 시장경제 체제의 문제점인 절대빈곤 증가, 소득분배 악화 문제는 정부의 직접적인 주도로 해소해야 한다. 한국 정부의 조세나 지원에 의한 소득분배 개선 효과는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낮은데, 이게 시장이 아닌 정부 문제임을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공정한 시장경쟁을 저해하는 재벌의 불공정 시장 행위와 정경유착 등의 행위는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또한 보수주의자들은 계급과 차별론에 의한 이분법적 프레임(frame)에서 신속하게 벗어나야 한다. 자유주의적 시장경제 체제는 사회를 이분법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인간을 노동자와 자본가, 1%와 99%로 구분하지 않고 각각의 개인을 존중해 대립과 갈등이 아니라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보수주의자는 스스로를 보수주의자라 칭해야 한다. ‘개혁적’ ‘진보적’ 등의 어설픈 옷을 입지 말아야 한다. 자유주의와 시장 체제라는 기반 위에서 진보적 정책이 필요하면 자신 있게 채택해야 한다. 어설프게 모방하는 것은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닌, 인기 영합주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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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93호·설합번호 (2017.01.25~02.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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