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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활동

아이노트

조선일보사와 외교부(주일한국대사관)가 마련한 '대학생 신(新) 조선통신사-통신사의 길을 따라서'가 지난 1월21일부터 29일까지 8박9일간 진행됐다.

지난해 10월 韓日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행사로 열렸던 '두 바퀴로 달리는 신조선통신사'에 이어 이번 행사에는 국내 30개 대학에서 추천·선발된 학생들이 인솔교수(강원대 손승철)의 지도 아래 일본 쓰시마와 규슈, 혼슈를 거쳐 도쿄까지 이동하며, 옛 조선통신사가 일본 각지에 남긴 유적을 보고 한일관계에 정통한 일본 석학 강의를 들었다. 학술탐방에 참여한 학생들의 참가후기를 싣는다. 

배수연 (한국외대 일본언어문화학부)

   대학생 신조선통신사라는 프로그램은 나에게는 일본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 기회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일본 동경에서 4년간 유학생활을 했고 전공으로 일본을 자주 접하지만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서 일본을 아예 새로 다시 배우게 된 것 같다. 일본에 대한 편견이란 구름에 갇혀서 보지 못하였던 것들을 보게 되고, 찾아가기 힘들다는 이유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던 곳을 방문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아주 가까운 나라이고, 역사적으로도 많은 교류가 있었던 일본을 ‘조선통신사’ 라는 테마를 잡고 떠난 8박 9일간의 답사는 매우 신선한 시도였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에는 역사를 잘 알지도 못하고, 조선통신사에 대해서도 아는것이 거의 없었다. 부끄럽지만 미리 받은 책을 다 읽어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답사 가기전 사전 모임 강의가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었다. 비록 첫 모임에 2시간 강의는 부담스러웠지만, 후에 돌아보니 가장 도움이 많이 되었던 강의로 꼽을 만큼 많이 배웠던 것 같다. 

   서먹서먹하게 번호 교환만 하고 헤어진 후 처음 조원들 및 같이 가는 29명의 대학생과 부산항에서 만났을 때의 떨림은 잊을 수 없다. 배를 타고 일본을 가는 것이 처음이어서 떨렸는지, 새로운 사람들과 신선한 경험을 할 생각에 떨렸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확실한 건 여행의 떨림과는 조금은 다른 떨림이었다. 처음에는 솔직히 학교의 대표로 뽑혔다는 자부심과 남들이 할 수 없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만 들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배에 오르고 스케줄 안내를 받고 나니 순식간에 8박 9일간의 답사를 잘 마칠 수 있을까라는 긴장감에 휩싸이고 말았다. 

   사실 8박9일간의 답사 중에서 가장 기대했던 곳은 가장 처음에 간 대마도였다. 다른 도시들은 가본 곳도 많았고 사진으로라도 많이 접해보았던 곳이었지만 대마도는 달랐다. 대마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들어본 적도 사진을 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미지의 세계와도 같은 곳이었다. 배에서 내렸을 때에는 ‘일본에 도착했구나! ’라는 느낌보다는 한국의 시골에 온 느낌이 더 강했다. 대마도에 아는 것이 전혀 없는 상태로 갔기 때문에 시골일줄도 몰랐고 대마도안에서의 가장 좋은 호텔에 침대가 없을 줄도 몰랐다. 우리가 방문한 한국전망대, 미네마치 역사박물관 그리고 엔츠지와 같은 곳은 조선통신사와 관련이 있는 곳이었지만 제대로 관리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중에서도 엔츠지는 조금 충격적이었다. 이름을 들었을 때에는 웅장한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나름 규모가 있는 절일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도착을 해보니 도로 옆에 아주 작은 종과 여러 개의 묘비뿐이었다. 의미가 있는 곳인 줄은 알지만 지금에 와서도 생각해보니 조금 더 투자를 했었더라면 하면서 아쉬움이 남는 곳인 것 같다. 

비가 내리던 '아카마신궁'에서 신조선통신사 4조가 함께 했다. 이번 일정 중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기대했던 만큼이 아니어서 한창 실망할 때쯤에 방문한 반쇼인과 오후나에는 대마도의 이미지를 다시금 상승시켰다. 특히나 오후나에는 정말 잊을 수 없다. 방문하는 곳의 이름이 어려워서 첫날부터 힘들어했는데 오후나에는 보자마자 이름이 외워질 정도로 아름다웠다. 오후나에까지 가는 길도 정말 잊을 수가 없다. 계속 걸어야해서 슬슬 힘이 들 때쯤 왼쪽으로 넓은 바다가 보이는데 힘든걸 바로 털어버리고 걸을 수 있었다. 바다를 옆에 두고 오후나에까지 걸어가는데 사진을 얼마나 찍었는지 지금 둘째날 사진 앨범을 보면 도통 바다 사진뿐이다. 걸어서 도착한 오후나에는 아직도 조선통신사가 배를 세울 수 있을 만큼 잘 보존 돼 있었다. 아마도 이때부터 일본의 보존문화에 대해서 감탄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오후나에를 뒤로하고 후쿠오카로 신조선통신사가 두번째 이동을 했다. 8박 9일간 약 15개의 도시를 방문해야하기 때문에 이동이 많을 것을 각오하고 참여했지만 매일 아침 짐을 싸고 오래 버스를 타는 것은 8박 9일간 내내 힘들었던 것 같다. 힘들때마다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느냐며 자신을 위로하고 다독였다. 다른 관광객들과는 다르게 신조선통신사는 시모노세키에서 아카마신궁, 청일강화조약 기념관과 같은 색다른 곳에 간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중에서도 사츠마항을 마주보고 있는 아카마 신궁은 1학년 2학기 전공 수업때 배웠던 적이 있어서 실제로 방문하게 된것이 굉장히 특별했다. 사츠마 항 역시도 수업시간에 들은바 있었기 때문에 괜스레 교수님의 강의를 다른 곳에서 보다도 열심히 들었다. 청일강화조약 박물관은 다른 박물관보다도 재현을 잘해두었다.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서만 보던 곳을 가보고 눈으로 담을 수 있어서 신기했다. 

   히로시마를 이동하는 버스에서는 히로시마 원자폭탄과 관련된 영상을 틀어주었다. 사실 이동하는 버스안에서 영상은 잘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오히려 잠에 더 빠져들게 할 정도로 집중하기가 어렵다. 8박 9일간의 그 어떤 영상보다도 히로시마 가는길에 본 영상을 가장 인상깊게 봤다. 그래서인지 평화공원과 자료관에서 내용은 습득하기 쉬웠던 것 같다. 비록 히로시마는 조선통신사와는 관련이 있는 도시는 아니었지만 히로시마 원자폭탄 희생자 중에는 한국사람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나름대로 방문의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히로시마에 도착하고 한국인 피해자 위령비에서 다 같이 묵념을 한 것도 정말 의미 있었다. 대마도만큼 히로시마도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기 때문에 짧지만 히로시마 평화공원에서의 시간을 가장 값지게 보내려고 노력했었다. 히로시마에서 약 1시간을 버스로 달려 도착한 구레에 있는 고치소이치방칸은 방문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그날 밤에 하루를 정리하면서 일본의 보존문화에 대해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되었던 곳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치소이치방칸은 조선통신사가 먹었던 음식들을 주로 전시해둔 곳이었다. 조선통신사는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작은 일부분을 차지하는 정도이고, 일본의 역사에서는 더욱더 작은 일부분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이러한 조선통신사가 먹었던 것들만을 주제로 전시하는 박물관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규모는 작았지만 정말 조선통신사에 대해 자세히 전시해두었다는 점이 신기하고 감동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작은 부분이라도 역사를 잘 보존하고 후손들에게 잘 보여줄 수 있도록 다양한 박물관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곳의 편의점에서 같이 답사를 간 언니가 핸드폰을 잃어버렸었는데, 다시 찾으러 돌아왔을 때 편의점에서 이미 박물관으로 핸드폰을 맡겨두어서 찾는데 수월했었다. 이때 일본 사람들의 배려심과 정직함을 엿볼 수 있었다.

교토조형예술 대학교 높은 곳에 올라 같은 조에 속했던 신조선통신사 4조 일행과 함께 한 모습.

   그 다음 날 대망의 도모노우라로 이동을 했다. 토모노우라는 아마 이번 답사를 다녀온 대부분의 사람이 가장 좋았던 곳이라고 뽑을 것 같을 정도로 감탄에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곳이다. 들어서자 마자 왜 조선통신사들이 그렇게 많은 시와 글을 남기고 갈 수밖에 없었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을 만큼 경치가 아름다웠다. 오후나에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물과 햇빛의 조화 앞에서 모두 줄을 서서 사진을 찍기 기다렸다. 그 아름다움을 사진에 다 담을 수는 없었지만 사진을 보면서라도 그때 그 느낌을 기억하려고 한다. 도모노우라를 표현하기에는 어떤 단어도 부족할 것 같다. 살면서 한번은 가서 경치를 느껴봐야 할 곳인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따뜻할 때에 다시 한번 도모노우라에 방문하고 싶다. 

   이렇게 후쿠시마를 구석구석 답사한 후 드디어 오사카로 신칸센을 타고 이동했다. 조선통신사들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을 걸려서 한 여정을 약 열흘간 훑어볼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신칸센과 같은 교통수단에 감사했다. 한동안 도시와는 거리가 먼 곳들을 답사했었기 때문에 신칸센 너머로 보이는 고층건물들이 새로워 보이기까지 했었다. 건물들에 감탄하려고 하기도 전에 오사카 TV와의 인터뷰가 잡혀서 서둘러서 준비하기 시작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당시에 무슨 자신감으로 인터뷰하겠다고 자원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하길 잘했다는 마음이 지금은 더 크다. 한일 관계는 사실 건드리기 굉장히 조심스럽기 때문에 말을 준비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았다. 일본 언론에만 그치지 않고 한국 언론에도 충분히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한 마디 한 마디가 조심스러웠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외교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다시금 깨달았다. 결국 인터뷰는 편집 당했지만, 결과물보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얻은 것이 많아서 절대 아쉽지는 않았다. 단순히 조선통신사에 대해서만 알게 된 경험에서 그칠 수 있었는데 인터뷰와 같은 경험 속의 경험을 하게 되어서 이 프로그램에서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게 된 것 같다. 

   오사카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간 오사카 성은 사실 이번이 세 번째였다. 한번은 가족들이랑 그리고 두 번째는 일본 유학 시절에 학교 수학여행으로 왔었다. 세 번째 방문이었지만 이번에는 오사카성이 새롭게 보였다. 단순히 그냥 성으로만 보이지 않고 맨 위층에서 한층 한층 내려가면서 들었던 교수님의 강의는 오사카성을 다시 쳐다보게 하였고, 오사카성 뒤에 있는 통신 수길 아들의 묘까지 함께 가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신조선통신사라는 프로그램은 일본을 많이 방문하고 심지어 살았기까지 한 나에게 일본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각을 선물해주었다. 

   오사카 다음으로 방문한 교토 역시도 관광을 여러 번 간 곳이었다. 그러한 교토에서 윤동주 선생님의 시를 만날 줄은 몰랐다. 그보다도, 교토조형예술대학에서 들은 나카오 히로시 교수님의 강의는 아주 기억에 남는다. 일본에서 조선통신사에 대해 가장 잘 안다고까지 할 수 있는 교수님한테서 조선통신사를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아주 영광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강의도 강의였지만 그 후에 진행된 일본인 학생들과의 교류도 8박9일 코스에서 잊을 수 없는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다행히도 일본어를 할 줄 알아서 일본인 학생과 1대1로 교류를 할 수 있었다. 한창 일본어에 자신감이 높았을 때였는데 막상 일본인 학생과 단둘이서 대화를 하려니 일본어가 잘나오지 않고 더듬거리기 일쑤였다. 교류를 하게 된 친구는 아버지가 한국분이어서 공통점 찾기가 쉬웠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메일을 공유하고 마치 옛날의 펜팔친구와 같은 존재처럼 드문드문 연락을 하는 사이가 되었다. 일본인 친구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고 갔기 때문에 뜻밖의 인연을 만들게 돼서 매우 기쁘고 연락을 꾸준히 할 생각이다. 

   다음날에는 다시 한 번 오사카에 돌아가서 오사카 교육대학에 방문했다. 인터뷰 다음날이어서 가장 몸이 피곤한 날이었지만 오사카 교육대학 재일교포 3세 배광웅 교수님의 강의가 시작되고 잠을 깰 정도로 재밌게 강의를 들었었다. 전공이 일본의 문화와 관련이 깊기 때문에 일본의 문화의 일부분인 재일교포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재일교포의 존재에 대해서만 알고 있었지 그들의 현실이나 일본이 바라보는 재일교포의 시각과 같은 내용에 대해서는 그 강의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재일교포인 사람이 직접 재일교포에 대해 설명해주셨기 때문에 강의 내용이 더 와 닿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배광웅 교수님의 논문이나 자료강의들을 찾아보고 재일교포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고 싶다. 

   나가하마에서 방문한 아메노모리호슈 기념관도 인상깊었던 곳 중 한 곳으로 뽑을 수 있다. 조선통신사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아메노모리호슈의 기념관에서의 설명은 다른 박물관에 비해서 밝고 알아듣기 쉬워서 강의 내용이 지루하지 않았다. 일본의 보존문화에 또 한 번 놀랐던 것은 아메노모리호슈라는 한 사람에 대해서 전문가가 있듯이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람들에 대해 있어서의 전문가들이 각각 계시고 그분들을 위한 기념관 같은 곳들이 있다는 것이 점이다. 설명 자료 하나 하나 직접 그리고 만드신 점도 굉장히 대단한 것 같다. 우리나라에 이러한 곳이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고 있다면 방문해보고 싶다. 

   신조선통신사의 마지막 관문이 동경에 도착했을때는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동경에 살았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보는 몇몇 건물들은 반가웠다. 하지만 이번의 동경 방문은 신조선통신사라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마음가짐이 색달랐다. 조선통신사가 에도막부에 국서를 전달하듯이 대사관에 도착했을때의 긴장감은 아직도 생생하다. 대사관에서 다 함께 답사를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많이 아쉽기도 했고 이 자리까지 함께해준 사람들에게 고마웠다. 앞으로 이러한 경험이 나에게 얼마나 더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답사에서 얻은 많은 경험과 다양한 소중한 인연들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끝으로,  편견들로 가득한 구름 속에 갇혀 앞을 제대로 보지 못했었는데 이번 답사에 함께한 사람들과 답사로 얻어진 경험들을 포함한 값진 추억을 선물 받은 것 같아서 잊지 못할 8박 9일이 되었던 것 같다. 



원문링크: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2/10/201602100075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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